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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발자국: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보이지 않는 발걸음, 다시 시작된 흔적서스펜스 스릴러 소설 2026. 3. 16. 18:55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그리고 처음 남겨진 발자국
그날 아침은 유난히 조용했다. 밤새 눈이 많이 내렸는지 창문 밖 세상이 완전히 하얗게 덮여 있었다. 평소 같으면 출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나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겠지만, 눈이 세상을 덮어버린 탓인지 거리 전체가 고요했다. 마치 세상이 잠깐 숨을 멈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커튼을 조금 더 젖히고 창밖을 한참 바라봤다. 아파트 단지 길도, 작은 공원 산책로도, 골목길도 전부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눈은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상태였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하얀 종이를 펼쳐 놓은 것 같았다. 누군가가 그 위에 무엇인가를 그리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공간.
이런 날이면 이상하게도 밖에 나가고 싶어졌다. 눈 위에 처음 발자국을 남기는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도 눈이 많이 오면 제일 먼저 밖으로 뛰어나가 눈을 밟곤 했다. 발로 눈을 누를 때 들리는 ‘뽀드득’ 소리는 언제 들어도 묘하게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줬다.
나는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었다. 목도리를 둘렀고 장갑도 꼈다. 현관문을 열자 차가운 겨울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공기 속으로 퍼졌다.
계단을 내려가 아파트 입구를 나섰다. 눈 위에는 아직 아무 발자국도 없었다. 그 순간 괜히 작은 기대감이 생겼다. 마치 내가 이 길의 첫 번째 방문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눈 위에 첫 발을 내디뎠다.
뽀드득.
눈이 눌리며 특유의 소리가 났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눈 위에는 내 발자국이 하나 찍혀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 작은 흔적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처음 남긴 표시.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내가 여기 있었다는 증거였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왼발.
오른발.
눈 위에 발자국이 하나씩 늘어났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 공원 쪽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곳이지만 그날 아침은 이상하게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눈이 많이 내려서 아직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공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눈 위에는 내 발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마치 하얀 종이 위에 연필로 선을 그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나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내 발자국 옆에 또 다른 발자국이 있었다.

나와 나란히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발걸음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가려 했다. 아마 내가 오기 전에 누군가 먼저 지나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자세히 보자 이상한 점이 보였다.
그 발자국은 내 발자국 바로 옆에 있었다.
그리고 방향도 완전히 똑같았다.
마치 누군가가 나와 나란히 걷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주변을 둘러봤다.
공원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무 사이에도, 벤치 근처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길 건너편에도 아무도 없었다.
눈 위에는 두 줄의 발자국만 이어져 있었다.
나는 다시 발자국을 자세히 살펴봤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완전히 자연스러운 보행 흔적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
뽀드득.
눈이 눌리며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내 발자국 옆에 또 하나의 발자국이 생겼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눈 위에
또 하나의 발자국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다.
나는 주변을 다시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나무 위에도, 벤치 뒤에도, 눈 덮인 길에도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발자국은 분명히 있었다.
나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발자국이 생겼다.
내 발자국 바로 옆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내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 ‘누군가’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리고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발자국의 모양이
내 신발 자국과 완전히 똑같았다.
나는 다시 발자국을 비교해 봤다.
발 모양, 발 길이, 발바닥 패턴까지 전부 같았다.
마치 내가 두 명인 것처럼.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착각이겠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발자국은 계속 생겨났다.
내 옆에서.
나와 똑같은 보폭으로.
나는 계속 걸었다.
두 줄의 발자국이 눈 위에 길게 이어졌다.
그 모습은 멀리서 보면 마치 두 사람이 나란히 산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 혼자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 혼자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사라진 발자국, 그리고 다시 시작된 흔적
나는 점점 공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공원 중앙에는 작은 산책로가 있었다. 평소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나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지나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눈 위에는 오직 두 줄의 발자국만 이어져 있었다.
내 것과
설명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것.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두 줄의 발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 모습이 점점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치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와 함께 걸어온 기록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했다.
하지만 옆의 발자국도 똑같이 빨라졌다.
나는 멈췄다.
그 발자국도 멈췄다.
나는 천천히 다시 걸었다.
그 발자국도 다시 움직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내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발자국이 갑자기 사라졌다.
내 발자국은 계속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발자국은 어느 순간 갑자기 끝나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나는 멈춰 서서 그 지점을 바라봤다.
눈 위에는 마지막 발자국 하나만 남아 있었다.
그 다음 흔적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천천히 그 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발자국을 바라봤다.
눈은 여전히 깨끗했다.
어디로 간 흔적도 없었다.
점프한 흔적도, 돌아간 흔적도 없었다.
그냥 거기서 끝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주변은 여전히 조용했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다.
그때
내 옆에서 아주 희미한 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어붙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눈 위에 새로운 발자국이 하나 찍혔다.
내 발자국 바로 앞이었다.
나는 숨을 멈춘 채 그 발자국을 바라봤다.
그리고 또 하나.
또 하나.
발자국이 계속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옆이 아니었다.
그 발자국들은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발자국은 멈추지 않았다.
눈 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발자국은 계속 생겨났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한 걸음씩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까까지 나와 나란히 걷던 발자국의 주인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방향을 바꾼 것뿐이라는 것을.
그 발걸음은 이제
나와 함께 걷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내 발자국 뒤쪽에서도
새로운 발자국이 하나 찍혔다.
그리고 또 하나.
또 하나.
앞에서도
뒤에서도
보이지 않는 발걸음이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바로 옆 눈 위에
마지막 발자국 하나가
천천히 찍혔다.
마치 누군가가
바로 내 옆에
서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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