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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통화 기록서스펜스 스릴러 소설 2026. 3. 11. 17:17

사라진 7분의 통화
새벽 세 시를 조금 넘긴 시간, 형사 강도윤의 휴대폰이 날카롭게 울렸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의 의식이 단번에 깨어났다. 형사로 일한 지 12년이 넘었지만, 새벽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새벽은 휴식의 시간이지만, 형사에게 새벽은 사건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강남 외곽 빌라에서 변사 사건 발생했습니다. 현장 출동 요청입니다.”
도윤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시계를 보았다. 새벽 3시 02분. 그는 익숙한 동작으로 옷을 챙겨 입고 차 키를 집어 들었다.
도시의 밤은 낮과 완전히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낮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던 도로가 텅 비어 있었고, 가로등 불빛만이 길을 길게 비추고 있었다. 차를 몰고 현장으로 향하는 동안 도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여러 가능성이 떠올랐다.
자살일까, 타살일까.
원한 관계는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피해자를 본 사람은 누구일까.
형사에게 사건의 핵심은 언제나 마지막 순간이었다. 사람이 죽기 직전에 무엇을 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그 작은 단서 하나가 사건 전체를 뒤집는 경우가 많았다.
빌라에 도착했을 때 복도에는 이미 폴리스 라인이 설치되어 있었다. 감식반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한 경찰관이 도윤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형사님, 이쪽입니다.”
문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거실이 보였다. 방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텔레비전도 꺼져 있었고,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지만 바람조차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거실 바닥 한가운데에 남자 한 명이 쓰러져 있었다.
서른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몸은 반쯤 소파에 기대어 있었고 손에는 아무것도 쥐어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에는 분명한 공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죽기 직전에 무언가를 보거나 들은 사람의 표정이었다.
“신원 확인됐습니까?”
도윤이 물었다.
“네. 이름은 박진우. 서른다섯 살. 보험 설계사입니다.”
외상은 거의 없었다. 몸싸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감식반은 독극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도윤은 천천히 거실을 둘러보았다. 방은 지나치게 정리되어 있었다. 책상 위의 서류는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소파 위 쿠션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때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도윤은 장갑을 낀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켜자 통화 기록이 보였다.
최근 통화 목록의 가장 위에는 하나의 기록이 떠 있었다.
02:13 / 7분 04초
그것이 마지막 통화였다.
도윤은 발신 번호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 순간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번호 형식이 이상했다.
일반적인 휴대폰 번호도 아니었고, 인터넷 전화 형식도 아니었다. 심지어 통신사 코드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이 번호 확인해봐.”
도윤이 말했다.
감식 요원이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네, 바로 조회해 보겠습니다.”
도윤은 다시 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냉장고 옆 벽에 붙어 있는 작은 메모 하나를 발견했다.
검은 펜으로 급하게 적은 문장이었다.
“전화 오면 절대 끊지 마.”
도윤은 그 문장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누군가에게 남긴 경고일까.
아니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일까.
어느 쪽이든 한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박진우는 그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죽었다.
도윤의 형사로서의 직감이 조용히 속삭였다.
이 사건의 핵심은 바로 마지막 통화 기록 안에 숨겨져 있다고.
존재하지 않는 번호
다음 날 오전, 도윤은 경찰청 디지털 포렌식 팀을 찾았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요원이 고개를 들었다.
“형사님, 어제 말씀하신 휴대폰 분석 결과 나왔습니다.”
도윤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번호 확인됐나?”
요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게… 이상합니다.”
모니터 화면에는 통화 로그가 떠 있었다.
통화 시작: 02:13:09
통화 종료: 02:20:13정확히 7분 04초였다.
“통화는 분명 존재합니다.”
요원이 말했다.
“그런데 발신 번호가 없습니다.”
“없다고?”
“네. 시스템 로그에는 통화 데이터만 있고 번호 데이터가 완전히 비어 있습니다.”
도윤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해킹 가능성은?”
“가능성은 있지만… 이런 방식은 처음 봅니다.”
도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피해자의 노트북을 떠올렸다.
현장에서 가져온 노트북을 켜자 바탕화면에는 특별한 파일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 폴더가 눈에 들어왔다.
폴더 이름은 단순했다.
Record
도윤은 폴더를 열었다.
안에는 텍스트 파일 하나가 있었다.
파일을 클릭하자 짧은 문장들이 날짜와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그 전화가 다시 올 것 같다.”
“번호는 매번 다르다.”
“받으면 7분 동안 이야기한다.”
“이상한 건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도윤은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다음 문장을 읽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통화가 끝나면 누군가 죽는다.”
그 순간 도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잠깐의 정적.
그리고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진우 씨입니까?”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잠시 기다리더니 말했다.
“아니군요.”
잠깐의 침묵.
“하지만 괜찮습니다.”
도윤의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누구지?”
남자는 조용히 말했다.
“7분만 이야기하면 됩니다.”
도윤은 시계를 봤다.
2시 13분.
박진우의 마지막 통화가 시작된 바로 그 시간이었다.
마지막 통화의 진실
도윤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형사의 직감이 말했다. 지금 끊으면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단서를 영영 놓칠지도 모른다고.
“당신은 누구지?”
도윤이 물었다.
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우리는 기록자입니다.”
“무슨 기록?”
“마지막 선택.”
도윤은 피식 웃었다.
“장난 전화면 지금 당장—”
“박진우는 3일 전에도 전화를 받았습니다.”
도윤의 말이 멈췄다.
남자는 계속 말했다.
“그는 그때 7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도윤의 손에 땀이 맺혔다.
“그래서 죽었다고?”
“우리는 죽이지 않습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감정이 전혀 없었다.
“우리는 단지 기록합니다.”
도윤은 창밖을 바라봤다. 새벽 거리는 비어 있었다.
“사람이 죽기 직전에는 항상 선택의 순간이 있습니다.”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전화를 끊을 것인가, 계속 들을 것인가.”
도윤의 시선이 시계로 향했다.
5분 12초.
남자는 말했다.
“대부분은 끊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24시간 안에 죽습니다.”
6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도윤은 그 순간 깨달았다.
박진우가 남긴 메모.
전화 오면 절대 끊지 마.
그것은 공포 때문이 아니라… 경험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6분 55초.
도윤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다음 기록 대상은 누구지?”
잠깐의 침묵.
그리고 남자는 말했다.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7분 04초.
통화가 끊어졌다.
도윤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짧은 문장이었다.
“다음 기록 대상: 강도윤.”
도윤은 화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박진우의 마지막 통화 기록은 단순한 통화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수집하고 있는 죽음 직전 인간의 선택 데이터였다.
그리고 이제 그 실험의 다음 페이지에는
강도윤이라는 이름이 기록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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