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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4호의 비밀: 아무도 살지 않는 방,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 문이 열리던 밤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 2026. 3. 17. 18:10

    차를 밀고있는 좀비들

    아무도 살지 않는 방

    내가 그 아파트로 이사 온 것은 겨울이 막 시작되던 12월 초였다. 직장이 갑자기 바뀌면서 급하게 집을 구해야 했고, 예산도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오래된 5층짜리 소형 아파트였다. 외벽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계단 난간은 손으로 잡으면 금속이 차갑게 느껴질 만큼 낡아 있었다. 하지만 월세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했다.

    처음 건물을 봤을 때 이상하게도 조용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보통 이런 건물은 TV 소리나 발걸음 소리 같은 생활 소음이 들리기 마련인데, 이곳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내 방은 4층 복도 중간쯤에 있는 403호였다.

    이삿짐을 옮기던 날, 자연스럽게 옆집을 한 번 바라보게 됐다. 문 위에는 404호라고 적혀 있었다. 숫자 자체는 평범했지만 어딘가 묘하게 눈에 걸렸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문 아래에는 먼지가 얇게 쌓여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아무도 드나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옆집은 비어 있나요?”

    짐을 옮겨 주던 이삿짐 센터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는 잠깐 404호 문을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제가 알기론 비어 있는 걸로 들었어요.”

    그 말은 대수롭지 않게 들렸다. 빈 집 하나쯤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낮에는 확실히 조용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도, 사람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밤이 되면 상황이 달라졌다.

    처음 그 소리를 들은 건 이사 온 지 사흘째 되는 밤이었다.

    시간은 정확히 기억난다. 새벽 2시 14분이었다.

    갑자기 벽 너머에서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끄르륵…”

    마치 무거운 가구를 바닥 위에서 끄는 소리 같았다.

    나는 처음에는 배관 소리라고 생각했다. 오래된 건물에서는 종종 그런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소리는 며칠 동안 계속 반복됐다.

    항상 같은 시간.

    새벽 2시 전후.

    그리고 점점 더 분명해졌다.

    발걸음 소리였다.

    분명히 누군가 방 안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

    나는 벽에 귀를 대봤다.

    “툭… 툭… 툭…”

    천천히 걷는 발소리였다.

    내 등골이 서늘해졌다.

    관리인이 분명 404호는 비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누가 걷고 있는 걸까.

    며칠 뒤 또 다른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밤에 물을 마시려고 부엌에 갔을 때였다.

    복도 쪽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나는 현관문을 살짝 열어봤다.

    복도 끝이 어둡게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

    404호 문 아래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분명 아무도 없는 방이었다.

    그날 밤 나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결국 관리실을 찾아갔다.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

    관리실은 1층 주차장 옆 작은 사무실이었다. 오래된 전기 히터가 켜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낡은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관리인은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404호는 지금 비어 있는 거 맞죠?”

    그는 잠깐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짧은 침묵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왜 물어보세요?”

    “밤마다 소리가 나서요.”

    그의 표정이 아주 미묘하게 변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분명했다.

    불편한 표정이었다.

    그는 천천히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 소리가 날 수 있어요.”

    “근데 불빛도 보여요.”

    이번에는 확실히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곧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착각일 겁니다.”

    그리고 더 이상 얘기하지 말라는 듯 서류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나는 더 묻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한 기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며칠 뒤 나는 같은 층에 사는 주민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그는 405호에 산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404호에 누가 사나요?”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복도 CCTV를 바라봤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방 얘기는… 별로 안 하는 게 좋아요.”

    “왜요?”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몇 년 전에 거기서 사람이 사라졌어요.”

    나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실종 사건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404호에 살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고 했다.

    집 안에는 지갑도 있었고 휴대폰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만 사라졌다.

    경찰이 와서 조사도 했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사건 이후에도 몇 명이 그 방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살지 못했다.

    한 달.

    길어야 두 달.

    그리고 모두 떠났다.

    이유는 항상 같았다.

    “밤에 누가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손에 식은땀이 났다.

    그날 밤.

    새벽 2시.

    또다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쿵.

    쿵.

    마치 누군가 벽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벽에 귀를 대었다.

    그리고 그때 들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

    거의 속삭임처럼.

    “도와줘…”

    나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착각일까?

    아니었다.

    분명히 들렸다.

    다시 한 번.

    “도와… 줘…”

    나는 그 순간 확신했다.

    404호 안에는

    누군가 있었다.

     

    문이 열리던 밤

    그날 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확인해야 했다.

    새벽 2시가 가까워지자 다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복도는 어둡고 조용했다.

    형광등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

    404호 문 아래에서 다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문 앞에 섰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누가 들을 것 같았다.

    문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웠다.

    천천히 돌렸다.

    놀랍게도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방 안은 어두웠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방 안에는 아무 가구도 없었다.

    완전히 비어 있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나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소리가 들렸는데.

    그때였다.

    “툭.”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아래였다.

    나는 바닥을 내려다봤다.

    나무 바닥 사이에 아주 작은 틈이 있었다.

    거기서 희미한 공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바닥판을 밀어봤다.

    놀랍게도 쉽게 움직였다.

    바닥이 열렸다.

    그 아래에는 어둡고 좁은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람이 있었다.

    마른 남자였다.

    수염이 길게 자라 있었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살았다…”

    나는 말을 잃었다.

    “당신…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가둬놨어…”

    “누가요?”

    그는 천천히 위를 가리켰다.

    그 순간.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그리고 문이 열렸다.

    관리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결국 보셨네요.”

    내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404호는 비어 있는 방이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차분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방일 뿐이죠.”

    나는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때 바닥 아래에서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더 있어…”

    나는 아래를 다시 내려다봤다.

    어둠 속에서 여러 개의 손이 보였다.

    움직이지 않는 손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아파트에서 사라졌던 사람들은

    단순히 떠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404호 아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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