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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자의 알리바이: 새벽의 경보, 살아 있는 죽은 사람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 2026. 4. 13. 04:42

    새벽의 경보

    서울 강북경찰서 강력팀 형사 김태준은 새벽 1시가 지난 시각, 침대 위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비가 내린 뒤 젖은 도로 위로 가로등 불빛이 길게 번졌고, 창밖에서는 빗물이 차갑게 떨어지고 있었다. 커피 한 잔으로 잠을 깨우고 싶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사건의 가능성으로 가득 찼다.

    후배 박성훈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형님, 강북 2층 회계 사무소에서 살인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태준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가 피해자야?”

    “이민수, 마흔두 살, 회계사입니다. 사건 현장은 2층 사무실이고, 침입 흔적과 격한 저항의 흔적이 있습니다.”

    태준은 경찰차를 몰고 현장으로 향했다. 빗물에 젖은 도로 위로 헤드라이트가 반사되며 길게 번졌다. 긴장감이 차오르자 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건물은 오래되어 외벽이 갈색으로 변색돼 있었고, 3층 규모였지만 2층 입구는 좁고 어두웠다. 도착했을 때 이미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었고, 감식반은 사무실 안에서 사진을 찍고 서류를 조사하고 있었다.

    사무실 내부는 난장판이었다. 책상은 뒤집혀 있었고, 바닥에는 혈흔과 발자국이 선명했다. 벽에는 벽걸이 액자가 깨져 흩어져 있었고, 서류와 책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피해자 이민수는 책상 옆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머리 뒤쪽에 둔기에 맞은 상처가 있었고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의 손은 아직도 약간 움켜쥐고 있었고, 휴대폰 화면에는 마지막으로 누른 번호가 남아 있었다.

    태준은 천천히 현장을 살폈다. 작은 단서 하나로 수사가 완전히 뒤바뀌는 강력 사건 현장이었다.

    “형님, CCTV 확인했습니다.”

    박성훈이 태블릿 화면을 태준 앞으로 밀었다. 화면에는 사건 시간대에 사무실로 들어가는 남자가 찍혀 있었다. 모자를 눌러 썼지만 얼굴은 어느 정도 식별 가능했다.

    태준은 화면을 확대했다.

    “이 사람… 누구야?”

    성훈은 잠시 머뭇거리며 낮게 말했다.

    “정우석입니다.”

    태준은 순간 숨이 막혔다.

    “정우석…? 죽은 사람 아니었나?”

    성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3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장례도 치렀고 사망 신고도 완료됐습니다.”

    태준의 시선이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영상 속 남자는 분명 살아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몸짓, 걸음걸이, 손동작까지 모두 정우석과 동일했다.

    머릿속에서 의문이 폭발했다. 죽은 사람이 살아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 정우석을 완벽하게 흉내 내고 있는 것일까.

    태준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마음속에서는 이미 수많은 가설이 오갔다. 죽은 사람이 살아 있을 리 없다는 상식과 CCTV 속 현실 사이에서 그는 혼란스러웠다.

     

    죽은 자의 알리바이

    경찰서로 돌아온 태준은 정우석의 사건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정우석, 서른아홉. 3년 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 차량 화재로 시신은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지만 DNA 검사와 지문 확인으로 신원이 확인되었다.

    “확실해?”

    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망 신고, 장례 기록, 신원 확인 모두 완료됐습니다.”

    태준은 다시 CCTV를 검토했다. 사건 시간은 밤 11시 17분. 정우석으로 보이는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15분 뒤인 11시 32분, 홀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영상 속 인물만 놓고 보면 범인은 정우석이었다. 그러나 기록상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태준은 피해자 이민수의 휴대폰 기록을 확인했다. 마지막 통화는 사건 발생 30분 전. 발신자는 정우석 명의였다.

    태준은 숨을 삼켰다.

    “죽은 사람이 전화를 했다고?”

    성훈이 낮게 말했다.

    “번호도 정우석 명의가 맞습니다.”

    태준은 머리를 쥐어뜯듯 깊게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죽은 사람의 신분을 도용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치밀하게 계획된 상황일까.

    성훈은 태블릿을 태준 앞으로 돌렸다. 사건 발생 시간대 정우석 휴대폰 위치 기록. 위치는 바로 사무실 안이었다.

    태준은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그럼… 범인은 정우석인가?”

    성훈은 조용히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죽었습니다. 살아 있을 수 없습니다.”

    태준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럼 누가 알리바이를 만든 거지?”

    성훈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형님… 이건 알리바이가 아닙니다. 죽은 자의 알리바이입니다.”

     

    살아 있는 죽은 사람

    다음 날 태준은 정우석의 집으로 향했다. 아내가 혼자 살고 있는 집이었다.

    문을 열자 여자는 피곤한 표정으로 태준을 맞았다.

    “무슨 일이시죠?”

    태준은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몇 가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잠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거실 소파에 앉자, 태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편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십니까?”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속도로 교통사고였습니다. 차량이 심하게 전소되었고, 남편 시신은…”

    태준이 잠시 말을 끊고 물었다.

    “시신을 직접 확인하셨습니까?”

    여자는 낮게 대답했다.

    “아니요… 사고가 너무 심해서 관을 열지 말라고 했습니다.”

    태준은 태블릿을 꺼내 CCTV 화면을 보여주었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이 사람… 남편입니다.”

    태준은 낮게 중얼거렸다.

    “확인할 수 있습니까?”

    “네, 틀림없어요. 남편이 분명합니다.”

    그 순간, 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성훈이었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정우석 명의 카드 사용 기록이 확인되었습니다.”

    태준은 숨을 삼켰다.

    “언제?”

    “오늘입니다. 오전 11시 15분, 편의점에서 결제되었습니다.”

    태준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CCTV 확인은?”

    성훈이 말했다.

    “확인했습니다. 사용자는 정우석이 맞습니다. 분명 살아 있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태준은 창밖 어둠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만약 정우석이 살아 있다면 그는 3년 동안 죽은 사람으로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는 모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죽은 사람으로 의심받지 않기 때문에, 세상은 그에게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태준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죽은 사람은… 살아 있는 한 어떤 범죄도 의심받지 않는다.”

    그 순간,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발신자는… 정우석이었다.

    낯선 저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형사님… 이제 알겠죠. 나는 죽었지만, 그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빗소리가 새벽을 가득 채웠다. 죽은 자는 살아 있고, 살아 있는 자는 죽은 듯 숨어 있었다. 세상은 여전히 진실을 모른 채, 죽은 자의 알리바이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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