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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우편함: 골목 끝에 서 있던, 내 이름이 적힌 봉투, 우편함 안에서 발견한 수첩서스펜스 스릴러 소설 2026. 3. 29. 08:54

골목 끝에 서 있던 검은 우편함
내가 그 골목으로 이사 온 것은 늦겨울이 끝나가던 어느 저녁이었다. 이삿짐 트럭이 떠난 뒤에도 골목에는 한동안 조용한 공기가 남아 있었다. 오래된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동네였고, 벽돌 담장과 낡은 대문들이 이어진 전형적인 오래된 주거 지역이었다. 낮에는 햇빛이 골목 깊숙이 들어와 평범한 동네처럼 보였지만, 밤이 되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가로등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골목 끝쪽은 늘 어둡게 보였다.
나는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도 그 점을 느꼈다. 부동산 중개인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조용하게 살기엔 좋은 동네입니다. 오래된 집들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도 오래 사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끄러운 번화가보다는 이런 조용한 곳이 더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월세도 합리적이었고, 회사와의 거리도 크게 멀지 않았다.
이사 첫날 밤, 나는 집 주변을 천천히 걸어봤다. 새로운 동네에 오면 항상 그렇게 하는 습관이 있었다. 어디에 편의점이 있는지, 밤에 사람이 얼마나 다니는지, 골목이 얼마나 어두운지 같은 것들을 확인하는 일종의 탐색 같은 것이었다.
골목 입구에는 작은 철제 우편함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 골목은 각 집마다 우편함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오래된 철제 상자들이 벽에 붙어 있었고, 각 칸에는 집 번호와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중에서 하나가 눈에 유난히 들어왔다.
검은 우편함이었다.
다른 우편함들은 대부분 회색이거나 녹이 슬어 갈색에 가까운 색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그 우편함만은 어둡게 칠해져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검은 페인트를 덧칠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한 점이 있었다.
다른 우편함에는 모두 이름이나 번호가 붙어 있었는데, 그 검은 우편함에는 아무 표시도 없었다.
마치 누구의 것도 아닌 것처럼.
나는 잠시 그 우편함을 바라보다가 그냥 지나쳤다.
그때는 몰랐다.
며칠 뒤, 그 우편함이 내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내 이름이 적힌 봉투
이사 온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평소처럼 골목 입구에 있는 우편함을 확인했다. 대부분은 광고 전단지였다. 카드 회사 광고나 부동산 홍보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날도 크게 기대하지 않고 우편함 문을 열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것이 하나 들어 있었다.
얇은 흰색 봉투였다.
나는 잠시 그것을 바라봤다.
보낸 사람 이름이 없었다. 주소도 없었다.
단지 봉투 앞면에 내 이름만 적혀 있었다.
그 글씨는 인쇄된 것이 아니라 손으로 쓴 글씨였다. 또박또박한 필기체였다.
순간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보낸 거지…”
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집으로 돌아와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봉투를 천천히 열었다.
안에는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펼쳤다.
종이에는 단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검은 우편함을 열어 보세요.”
나는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골목 주민이 장난을 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쪽이 계속 불편했다.
내가 검은 우편함을 처음 본 것은 이사 온 첫날 밤이었다. 그 이후로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내가 그 우편함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편지를 보낸 것 같았다.
나는 종이를 접어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그냥 장난이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날 밤 침대에 누워도 그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검은 우편함을 열어 보세요.
다음 날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골목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어느새 검은 우편함 앞에 서 있었다.
우편함 안에서 발견한 수첩
검은 우편함은 가까이서 보니 더 낡아 보였다.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손잡이 주변에는 녹이 조금씩 번져 있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로등 불빛이 약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멀리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나는 천천히 우편함 손잡이를 잡았다.
끼익.
낡은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문이 열렸다.
우편함 안에는 작은 검은색 수첩이 들어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꺼냈다.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서 수첩을 펼쳤다.
첫 페이지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2024년 3월 17일.”
그리고 그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오늘 새로운 사람이 이 집으로 이사 왔다.”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그 날짜는 내가 이 집으로 이사 온 날과 정확히 같았다.
나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저녁 7시 42분. 짐 정리를 마쳤다.”
또 다른 페이지.
“밤 9시 18분. 거실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페이지.
“밤 12시 03분. 물을 마시러 나왔다.”
나는 점점 숨이 가빠졌다.
그 기록들은 전부 내 생활을 기록한 것이었다.
내가 언제 집에 들어왔는지, 언제 불을 끄고 잠들었는지, 언제 부엌에 갔는지까지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거기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시간이 적혀 있었다.
“오늘 밤 11시.
밤 11시에 찾아온 사람
나는 시계를 봤다.
밤 10시 41분이었다.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생활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나는 집 안을 다시 확인했다. 부엌, 욕실, 작은 방, 침실. 다행히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코트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골목은 여전히 조용했다.
가로등 아래 검은 우편함이 그대로 서 있었다.
나는 그 앞에 서서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그리고 밤 11시가 되었을 때였다.
골목 끝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한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우편함 앞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읽었군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자는 우편함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 우편함은 기록을 남기는 곳입니다.”
“무슨 기록이죠?”
내가 묻자 그는 잠시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이 골목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새로운 기록의 시작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자는 우편함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여기에는 항상 다음 사람이 기록됩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불안해졌다.
“무슨 말이죠?”
남자는 내 집 방향을 가리켰다.
“당신은 이 골목에 새로 온 사람이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종이를 우편함 안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제 기록이 시작됩니다.”
그 순간 내 집 쪽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내 집 현관문이 천천히 닫히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남자는 이미 골목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우편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새로운 페이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떨리는 손으로 펼쳤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2026년 3월 11일
새로운 관찰이 시작되었다.”그리고 그 아래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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