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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닫히지 않는 문: 오래된 아파트의 끝집, 닫아도 다시 열리는 문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 2026. 3. 24. 22:42

    오래된 아파트의 끝집

    도시 외곽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지워지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하나 있었다. 지도에는 분명히 표시되어 있었지만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건물을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았다. 주변에는 이미 새로 지어진 고층 아파트와 밝은 상가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깔끔한 유리 외벽과 환한 조명으로 꾸며진 새 건물들 사이에서 그 아파트만 유독 오래된 시간 속에 남겨진 것처럼 보였다.

    건물의 외벽은 회색 콘크리트였는데 세월이 만든 균열이 길게 퍼져 있었다. 비가 내리면 그 틈을 따라 물이 흐르며 벽면에 어두운 얼룩을 남겼다. 낮에 보면 단순히 낡은 건물처럼 보였지만 밤이 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복도 전등 중 몇 개는 고장 나 있었고 남아 있는 전등들도 밝기가 약했다. 그래서 밤이 되면 복도는 항상 반쯤 어둠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엘리베이터는 낡아서 문이 열릴 때마다 금속이 긁히는 소리를 냈고, 바람이 불면 복도 창문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낮은 삐걱거림을 만들었다.

    나는 그 아파트 5층 끝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집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무엇보다도 집세가 주변 시세보다 꽤 저렴했다. 처음에는 이유가 조금 궁금했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건물이 오래돼서 그래요. 요즘 사람들은 새 아파트를 더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이런 집은 가격이 조금 낮습니다.”

    그 설명은 충분히 납득할 만했다.

    집을 직접 보러 갔을 때도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방 두 개와 작은 거실, 그리고 부엌이 있는 평범한 구조였다. 창문도 크고 햇빛도 잘 들어왔다. 혼자 살기에는 충분히 넓고 괜찮은 공간이었다.

    중개인은 마지막으로 현관문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집 문이 꽤 튼튼합니다. 철문이라 방음도 잘 되고요.”

    나는 문을 가볍게 두드려 봤다.

    툭.

    묵직한 소리가 났다.

    문은 두꺼웠고 손잡이와 잠금장치도 견고해 보였다. 누가 봐도 쉽게 고장 날 것 같지 않은 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계약을 했다.

    이사하는 날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짐을 옮기고 가구를 정리하고 생활용품을 꺼내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현관문을 닫았다.

    철컥.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문은 분명히 제대로 잠겨 있었다.

    나는 안심한 채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그 집에서의 첫 번째 밤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날 새벽, 나는 아주 이상한 이유로 눈을 뜨게 되었다.

     

    흰색 유령 가면의 괴한

    아무리 닫아도 다시 열리는 문

    처음 눈을 떴을 때는 왜 깼는지 알 수 없었다.

    방 안은 조용했고 창문 밖에서도 특별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몇 초 뒤 나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거실 쪽에서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불을 켜놨나…?”

    하지만 거실 전등은 꺼져 있었다.

    빛은 거실이 아니라 현관 쪽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멈춰 섰다.

    현관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복도 전등의 노란빛이 집 안 바닥으로 길게 들어와 있었다.

    나는 잠시 그 문을 바라봤다.

    “내가 문을 안 잠갔나?”

    이사 첫날이라 정신이 없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문 앞으로 걸어가 복도를 살펴봤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엘리베이터도 멈춰 있었고 계단 쪽에서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문을 닫았다.

    철컥.

    잠금장치를 다시 확인했다.

    이번에는 분명히 제대로 잠겼다.

    나는 다시 침실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또 눈이 떠졌다.

    이번에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딘가에서 끼익 하는 금속 마찰음이 들렸기 때문이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거실을 바라봤다.

    현관문이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문이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끼이익.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조용한 집 안에 울렸다.

    문이 조금 더 열렸다.

    복도의 희미한 빛이 거실 바닥으로 길게 들어왔다.

    그리고 문은 결국 완전히 열렸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현관으로 걸어갔다.

    밖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그날 이후 이상한 일이 계속됐다.

    밤이 되면 문이 열렸다.

    아무리 잠금장치를 확인해도

    문은 다시 열렸다.

    나는 문 뒤에 무거운 상자를 놓기도 했고 의자를 기대 놓기도 했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상자는 옆으로 밀려 있었고

    문은 항상

    열려 있었다.

     

    닫히지 않는 문이 기다리던 존재

    며칠이 지나자 나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관리실을 찾아갔다.

    “혹시 5층 끝집 문이 원래 좀 이상한가요?”

    관리인은 잠시 나를 바라봤다.

    “…5층 끝집이요?”

    “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밤에 문이 열리죠?”

    나는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어떻게 아세요?”

    관리인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예전에 살던 사람도 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 사람은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느 날 그냥 사라졌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일부러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문이 정말로 혼자 열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새벽 두 시가 넘었다.

    집 안은 완전히 조용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현관문 손잡이가 천천히 움직였다.

    찰칵.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을 죽였다.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끼이익.

    복도의 빛이 거실 바닥으로 길게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보았다.

    문 밖에 누군가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사람의 윤곽이 보였다.

    그 사람은 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했다.

    “…드디어 열렸네.”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그 사람은 천천히 문턱을 넘었다.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세요?”

    그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여긴 원래… 내 집이었거든.”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거실 불빛 아래로 한 걸음 더 들어오는 순간

    나는 그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왜 이 집의 집세가 그렇게 싸았는지.

    왜 관리인이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는지.

    왜 이 문이

    밤마다

    계속

    열렸는지.

    그 문은 단순히 고장 난 문이 아니었다.

    그 문은

    누군가가

    매일 밤

    다시 들어오기 위해 열어 두던 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마치 이 집을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천천히

    집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깨달았다.

    이 집의 현관문이 닫히지 않았던 이유는

    밖에서 들어오려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이 집 안에

    누군가가 계속 문을 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존재는

    이 집을 떠난 적이 없었고

    이 집에서

    지금까지

    계속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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