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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창문 너머, 보이지 않는 관찰자, 마주한 시선의 주인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 2026. 3. 24. 13:40

    창문을 넘으려는 좀비들

     

    창문 너머에서 시작된 낯선 시선

    비가 잔잔하게 내리던 늦은 밤이었다. 창문 유리를 타고 빗물이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고, 방 안에는 노트북 화면에서 나오는 푸른빛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방은 조용했다. 냉장고에서 들리는 작은 진동 소리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늘 그렇듯 새벽까지 글을 쓰고 있었다. 낮에는 집중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업을 밤에 하는 편이었다. 특히 비 오는 날 밤은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됐다. 세상이 잠든 것 같은 고요함 속에서 글을 쓰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곤 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고, 모니터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원고가 떠 있었다. 나는 잠시 손가락을 멈추고 목을 돌려 스트레칭을 했다.

    그때였다.

    이상한 감각이 등 뒤를 스쳤다.

    누군가가 바로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가끔 이유 없이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는 기분이 들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또렷해졌다.

    나는 천천히 타이핑을 멈췄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혹시라도 무언가 들릴까 싶어 귀를 기울였다.

    빗소리.
    전선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멀리서 지나가는 차 소리.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너무 예민해졌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 순간 모니터 화면에 비친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노트북 화면은 마치 어두운 거울처럼 방 안과 창문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사된 화면 속에서, 나는 분명히 무언가를 봤다.

    창문 밖 어둠 속에 사람의 형체 같은 것이 서 있었다.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 그 형체는 사라진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긁으며 크게 밀렸다.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곧바로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잡았다.

    그리고 단번에 확 열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창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좁은 골목에는 가로등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고, 비에 젖은 아스팔트가 노란 불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가끔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나는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봤다.

    분명히 누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날 밤 나는 결국 창문을 여러 번 확인한 뒤에야 다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였다.

    나는 분명히 느끼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관찰자의 메시지

    다음 날 아침, 휴대폰 알림 소리에 잠에서 깼다.

    평소라면 알람 외에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화면에는 낯선 번호에서 온 메시지가 하나 떠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글을 쓰더라.”

    순간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어젯밤에 내가 늦게까지 글을 쓴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혼자 살고 있었고, 창문 커튼도 모두 닫아 놓았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봤다.

    커튼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창틀 아래쪽에 작은 얼룩이 보였다.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흙이 묻은 손자국이었다.

    마치 누군가 젖은 손으로 창틀을 짚은 것처럼 손가락 모양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창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하지만 골목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그날 밤이 되자 또 메시지가 왔다.

    “오늘은 창문을 자주 보네.”

    휴대폰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급하게 커튼을 닫았다.

    그리고 방 안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 몰래카메라라도 설치된 걸까.

    뉴스에서 그런 사건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전등 주변, 책장 뒤, 콘센트, 벽 시계, 심지어 환풍구까지 하나하나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때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

    “찾아도 없어.”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그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메시지는 계속 이어졌다.

    “긴장했네.”
    “무서워?”
    “괜찮아. 그냥 보고 있는 것뿐이야.”

    나는 아무 답장도 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메시지는 거의 매일 밤 도착했다.

    “오늘은 글을 빨리 끝냈네.”
    “지금 커피 마시고 있지?”
    “지금 뒤돌아보면 재밌을 텐데.”

    나는 점점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집 안에 있어도, 밖에 나가도, 늘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마침내 마주한 시선의 주인

    결국 나는 결심했다.

    도망치듯 불안해하는 대신,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그날 밤 나는 평소처럼 불을 켜고 노트북을 켠 채 책상 앞에 앉았다. 일부러 창문 쪽을 등지고 앉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한 시간.
    두 시간.

    휴대폰은 조용했다.

    그 대신 이상한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

    마치 바로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숨을 참고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장이 귀 바로 옆에서 뛰는 것처럼 크게 울렸다.

    그리고 창문으로 걸어갔다.

    커튼을 잡았다.

    손바닥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단번에 커튼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맞은편 건물 옥상 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우리 사이의 거리는 불과 몇십 미터였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나는 천천히 화면을 내려다봤다.

    “이제 봤네.”

    손이 떨렸다.

    다시 고개를 들어 옥상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휴대폰에는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걱정 마.”
    “이제 시작이니까.”

    그날 이후 메시지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한 일들은 계속됐다.

    외출을 하면 누군가 뒤에서 같은 속도로 걷는 발소리가 들렸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밤마다 창문 밖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들렸다.

    나는 이제 안다.

    그 남자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그는 단지 나에게 “보이는 존재”였을 뿐이다.

    그리고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나를 보고 있던 존재는 따로 있었고,
    옥상 위의 남자도 단지 또 다른 관찰자였던 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글을 쓰다가 가끔 멈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다.

    어딘가에서.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지금도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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